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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客中書懷(객중서회) - 다산 정약용

 

북풍에 흩날리는 눈처럼 불어 날리어

남쪽 땅 강진의 밥집에 이르렀다.

 

작은 산이 바다를 가려주니 그나마 다행스럽고

빽빽한 대나무는 꽃처럼 아름답다.

 

습기있는 땅이라 겨울옷을 벗어내고

근심이 많으니 밤마다 술만 더한다.

 

나그네 근심 끄게 해주는 한가지

동백꽃이 설 전에 벌써 활짝 피었네.

 

北風吹我如飛雪 南抵康津賣飯家

幸有殘山遮海色 好將叢竹作年華

衣緣地瘴冬還減 酒爲愁多夜更加

一事纔能消客慮 山茶已吐臘前花

 

북풍이 거세던 한겨울, 음력 11월말 저녁무렵에 다산과 그의 형 약전은 귀양살이 가는 길에

강진과 흑산도의 마지막 갈림길인 나주부근의 밤남정 주막집에 도착하였다.

간신히 몸을 부비며 함께 잠을 청한 형제는 또 다음날 아침 일찍 귀양지로 떠나야 했다.

주막집에 도달한 다산은 그 때의 감회를 객중서회를 통해 나타내었다.

자신의 신세를 북풍에 흩날리는 눈처럼 불어 날리어 남쪽의 강진 밥집에 이르렀다고 했다.

 

다음날 형 약전은 흑산도로, 자신은 강진으로 가야만 했고, 이미 큰형 약종은

천주쟁이로 몰려 옥사하였다. 살아남은 형제는 앞날을 가늠하기가 어려웠고,

실제로 밤남정에서 헤어진 후 귀양살이 16년째에 형 약전이 세상을 떠났으니 두 형제는

다시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 경기도 시골이 고향인 다산은 남녘에서 주로 자라는

동백꽃을 보지 못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산다(山茶)라 불리우는 동백의 붉음의 신비로움만이

시름에 지친 다산을 위로하여 주었다. 그때가 1801년의 한겨울 음력 11월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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