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카메라 설정을 흑백으로… 무채색으로 보는 '눈' 키워라

 
                              렌즈 50mm, 셔터스피드 1/5 sec, 조리개 f/11, ISO 50
 

 

언젠가 신문에서 무채색 옷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벨기에 디자이너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서 그는 "검은색과 흰색은 그 완성품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이라고 했다.

"다른 색을 쓰면 내가 강조하고 싶은 요소가 오히려 묻힌다."

기사를 읽으면서 '사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색을 배제한 흑백사진은 본질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힘을 지녔다. 눈을 현혹하는 대신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인물 사진에서도 흑백사진은 그 사람의 겉모습보단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공들여 화장하고, 색이 고운 옷을 입고 나온 여자라고 해도, 흑백필름 앞에선 겉치레가 영 무색하다.

흑백사진은 볼 터치로 물든 볼과 발그레한 입술 대신 그 사람의 눈빛과 얼굴선,

그 표정에 집중하니 말이다.

풍경도 마찬가지다. 작년 백령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 백령도엔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처럼 기기묘묘한 괴석이 모여 있다고 해서 두무진(頭武津)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그 돌(石)의 질감과 단단함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꺼내봤다. 하늘빛이 아름다웠지만, 그 때문일까.

 내가 애초에 표현하고 싶었던 바위의 느낌이 쉽게 전달되지 않았다.

자꾸만 하늘과 바다 물결 위로 번지는 화사한 오렌지 빛깔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했다. 그제야 사진 속 하늘보단

기암괴석의 표면과 모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흑백은 상상(想像)의 사진이기도 하다. 색을 걷어낸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 속 풍경이나 인물의 실제 모습을 꿈꾸게 한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색채가 빠진 그 자리에, 그렇게 흑백사진은 사고(思考)의 즐거움을 채워 넣는다.

사진 찍는 데 갓 취미를 붙인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카메라 설정을

흑백으로 맞춰놓고 찍어보라고 하고 싶다.

처음엔 세상을 일단 흑백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흑과 백 사이엔 8가지 무채색이 더 있다고 한다.

짙은 회색부터 흰색에 가까운 엷은 회색까지. 세상을 이 10가지 무채색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떤 것을 흑백으로 찍어야 하는지, 또 그걸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감이 온다.

 '눈'을 먼저 길들여야 사진도 잘 찍을 수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