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째 동일 기준, 이대론 안 된다" 여야 모두서 상속세 개편론
일러스트=박상훈
정치권에서 ‘상속세 완화론’이 다시 나오는 것은 1950년 도입한 상속세가 경제 발전과 물가 상승 같은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기업 경영과 국민 실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현실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상속세 부담으로 고통받는 기업들과 개인들이 늘고 있다”며
“현행 상속법 제도를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지방의 ‘기회발전특구’로 본사를 옮기는 중소기업은 상속세를
면제해 주자는 공약을 제시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최고 600억원까지 적용하는 가업 상속 공제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가업 상속 공제 확대, 최대 주주 주식의 20% 할증 평가 폐지 등 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여당은 이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본격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 사이에도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은 본지에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을 위해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도 기업인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쪼개 버리거나 폐업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안다”면서 “우리 세수(稅收)의 1% 정도인 상속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민주당 내에서 소수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상속세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정부의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방침에 대해 29일 논평을 내고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우리 사회를 계급사회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상속세 완화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22대 국회에서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행 상속법 세제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1997년부터 28년째 그대로인 상속세 공제 한도 10억원이다.
이 기간에 물가는 96% 올라 거의 2배가 됐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3.8배로 뛰어올랐는데 상속세 기준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1997년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60평대 아파트를 물려받아야 상속세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서울 비(非)강남 지역의 웬만한 20·30평대 아파트를
물려받아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라는 뜻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9773만원으로 통계를 처음 낸 2009년 5월(5억2104만원)의 2.3배로 뛰었다. 반면 미국은 물가 상승세 등을 감안해
상속세 공제 한도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미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1290만달러(약 176억원)로, 우리나라의 17배가 넘는다.
그래픽=박상훈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세율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10~50%로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국 가운데 일본(10~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다른 OECD 회원국들도 처음엔 강력한 상속세를 물렸지만,
물가가 올라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납세자들까지 상속세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자본의 외국 유출 우려까지 나오자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1971년 캐나다부터 2014년 노르웨이까지 OECD 38회원국 가운데 10국이 상속세를 없앴다.
기업인들이 가업 상속을 주저하게 만드는 ‘최대 주주 할증’ 제도도 논란거리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인데, ‘경영권 프리미엄’만큼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다고 보고 세율을 10%포인트 높여 60%를 물리는 것이다. 제약 업체인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유족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것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에서 비롯됐다. 임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 모녀 측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 그룹과 통합을 추진하자 장·차남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한미그룹은 팔지도 않을
상속 주식에 부과된 세금 때문에 의미 없이 가업이 망가진 경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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