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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황희 정승에게 동네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정승 어른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무언가? 말해보게."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라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아들 녀석이 몹시 아파서 안사람이

제사를 말립니다. 하지만 제사는 어떤 경우에라도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자네 말이 맞네, 가서 정성을 다해 제를 드리도록 하게."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정승 어르신 한가지 여쭙고 싶은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뭔가?"
"오늘이 어머님 제삿날인데, 기르던 개가 죽었습니다. 이럴 땐 제사를 건너 뛰어도 되겠지요?"
"그렇게 하게."

이를 보고 있던 하인이 질문을 합니다.

"어르신, 어차피 똑 같은 질문인데 한쪽은 제사를 지내야하고,

또 한쪽은 건너뛰어도 된다는 말씀은 어떤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까?“

황희 정승이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사람은 누가 말려도 제사를 꼭 지낼 사람이고,

두 번째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제사를 건너 뛸 사람이네.

그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고 온 것일 뿐, 내 말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네.

그런 자들에게 옳은 소리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耳懸鈴鼻懸鈴 (이현령비현령)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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