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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잊힐 테니 절망하지 마라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삶이 버겁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늘 울고 있는

옛 과거의 나쁜 기억에서 발목을 잡혀 매일매일 괴로워 신음하고 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너에게 그렇게 특별하다 믿었던 자신이

평범은커녕 아예 무능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이성으로부터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고

​분신인 듯 잘 맞던 친구로부터 정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고

소름 돋던 노래가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고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그저 짝사랑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삶에 대한 욕망이나 야망 따위가 시들어 버리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삶이 치명적일 정도로 무의미하게 다가오는 순간 또한 있다.

우리는 여태껏 느꼈던 평생 간직하고 싶던 그 감정은 무시한 채

영원할 것 같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감정이 다 타버려 날아가는 순간에만 매달려 절망에 빠지곤 한다.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고 지나간 모든 것은 잊히기 마련이다.

어차피 잊힐 모든 만사를 얹고 왜 굳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며 사냐는 게 아니다.

어차피 잊힐 테니, 절망하지 말라는 거다.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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