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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은 정지해 있으면 이미 바람이 아니다.

 

그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진실로 바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도시를 떠나 방황해 보라

 어디를 가도 바람은 그대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봄 날.

독약 같은 사랑에 신열을 앓다가 산에 오르면 소리 없이 흔들리는 산벚꽃.
잠시 그대 곁에 머무르다 등성이를 넘어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여름 날.

사무치는 이름을 지우기 위해 바다로 가면 .
몸살을 앓으며 일어서는 물보라.
한사코 그대를 뿌리치며 수평선으로 내 달아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가을 날.

방황에 지친 그림자를 끌고 들판에 이르면.
스산하게 흔들리는 억새풀.
참담한 그대 가슴을 난도질 하고 떠나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겨울 밤.

불면으로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이 들면
꿈결에도 몰아치는 북풍한설.
아직도 그대는 혼자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 - 이외수 산문집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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