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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에 선 당신, 두근두근하신가요

[중앙일보 이도은.이영희.권혁재] 살 때는 좋았습니다. 간만에 간 해외여행, 구경도 좋지만
쇼핑이 빠지면 뭔가 허전하거든요. 되레 쇼핑을 목적으로 떠나기 한 달 전부터 면세점을 훑는 분들도 있다네요.
면세 한도액인 400달러를 넘기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귀국할 땐 고민이 됩니다. 자진신고를 하자니
정말 걸릴까 싶은 생각이 들고, 안 하자니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주변 경험담도 ‘복불복’인 듯싶습니다.
걸린 사람도 안 걸린 사람도 그 이유는 모른답니다. ‘이러면 걸린다’는 근거 없는 설까지 생겨납니다.
week&도 궁금했습니다. 세관을 찾아 그 ‘진실과 오해’를 들어봤습니다.


글=이도은·이영희 기자 / 사진= 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입국자 중 1.2% 검사 …운이 나빴다?

하루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는 평균 4만 명, 그중 세관 검사를 받는 사람은 올 들어 3월까지
평균 1.2% 수준이다. 지난해 1.6% 수준을 유지하다 입국자 수가 늘면서 비율이 크게 줄었다.
세금을 무는 사람은 입국자 중 0.2% 정도다(반입 제한·금지 물품 제외). 그렇다 보니
검사에 걸려 관세를 물면 그저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세관에서는 치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검사 대상을 정한다. 우선 여행자의 입·출국 횟수와 직업,
해외 나갈 때 가지고 간 현금 등을 미리 체크한다. 여행자 정보분석과는 각국의 세일 시즌이나
보석 전시회 같은 정보를 미리 입수한다. 또 성지순례 등 단체 여행객의 대량 구매가 있었다는
정보가 있을 때는 승객 전체를 검사하는 ‘일제조사’를 하기도 한다. 면세점 구매 기록도 남아
한도 이상의 구매가 두세 번 반복되면 검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귀국하는 여행자의 행동과 차림새는 하나하나가 관찰 대상이다. 여행자가 부친 짐을 찾는 곳에는
로버(여행자 동태 감시 요원)’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다. 사복 차림으로 여행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섞여 행동하며 승객들의 대화를 엿듣고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려낸다.
인천공항에는 하루 40명이 배치된다.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초조하게 있다거나 자꾸 두리번거리고
곁눈질하는 사람,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람, 옷을 계절에 맞지 않게 입고
있는 사람 등을 주시한다. 그러나 검사 대상으로 지정하기까지는 특정 행동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복합적으로 판단하고 경험을 살리는 ‘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송창문 로버 계장은
“판단이 불확실할 땐 끌고 나가는 짐을 툭 쳐본다. 대개 신고하지 않은 물건이 있는 승객들은
움찔하기 마련”이란다. 요즘엔 주위의 시선을 피해 연방 휴대전화를 거는 경우도 로버의 눈에 쉽게 잡힌다.


“신고할 물건 있습니까” 질문에 “네” 하는 사람 거의 없어

명품 딱지 떼고 걸치고 들어와도 척 보면 표나



정황이 특별한 경우도 주목 대상이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비행기에서 내려 찾는 짐 없이 서둘러 나오는
사람은 보석·시계 등 부피가 작고 고가인 물건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방학철이 아닌데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부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커플도 이에 해당한다.


걸려도 물건만 없으면 된다?

일단 검사 대상이 되면 세관에서는 먼저 “신고할 물건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때 “네”라고 바로 시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면세점에서 샀던 물건을 동행자에게 맡겨 내보내고는
외국에 사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주고 왔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러나 세관에서는 누군가를
시켜 대신 들여보내는 것을 가장 ‘악질적’으로 보고 추가 조사에 들어간다. 주고 온 사람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대라는 질문이 일반적인데 대부분은 제대로 답을 못한다. 거짓말이 들통날 때엔 정부 고위층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거나 ‘내가 누군지 알아’식의 위압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을 밝히는 데는 5~10분이면 족하다. 의심은 가는데 증거가 없다면 어떻게 할까?
세관에서는 일단 입국장으로 내보낸 뒤 몰래 따라나가 동행자가 있는지 알아본다.


세금을 피하려고 극단적인 일을 벌이기도 한다. 고가의 시계를 산 아버지가 케이스와 보증서는
아들에게 맡기고 빠져 나오다 검사에 걸렸다. 이들은 처음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했다.
추궁당한 아들이 사실대로 말하자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아들의 따귀를 후려쳤다.


검사에 걸렸을 때 바로 시인하면 가산세 없이 자진신고로 처리된다.
 ‘몰라서 그랬을 수 있겠거니’ 하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는 400달러를 초과해도 600~700달러까지는
면세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세보다 ‘경고’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 잡아뗄 땐 물건을
압수하고 벌금까지 물린다. 이렇게 되면 해외여행 때 관세법 전과자로 ‘블랙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국내 면세점이 아닌 외국에서 사온 물건이 나올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쓰던 물건이라고 주장하지만
대개 주머니나 가방 안에서 카드 영수증이 나오고, 이것도 없으면 카드 조회가 가능하다.
또 가방은 손잡이 때나 지퍼의 긁힌 자국, 의류는 태그의 손상을 보면 대부분 새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구두는 핸드백·의류보다 과세 건수가 적은데, 여행객 대부분이 신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가 브랜드 다 알까?

3~4년 전만 해도 해외 쇼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카메라·전자제품이었으나
이제는 명품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세관원들은 고가 상품을 잡아내고 가격을 매기기 위해 브랜드 정보를
끊임없이 공유한다. 최근의 ‘공부 품목’은 와인. 가격대와 종류가 매우 다양해 양주보다 훨씬
비싼 상품도 많기 때문이다. 또 ‘동행자끼리는 따로 앉아라’ ‘옷은 라벨을 다 떼어라’ 등 인터넷에서 떠도는
‘세관 통과 수법’도 미리 찾아 방어책을 세운다. 간혹 부치는 짐에 고가 물품을 숨기고 안심하는
 여행객도 있지만 예외는 없다. 모든 짐은 X선 검사를 거치는데 의심 가는 물건이 있을 경우 박스에는
실(seal)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가방에는 소리 나는 전자 태그를 붙여놓는다. 따라서 가방 주인은
짐 찾는 곳에서 본인이검사 대상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로고나 체인만으로도 브랜드를 알 수 있는
가방은 세금을 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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