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세상의 발전만큼 '사기'도 날로 글로벌화 됐으며, 온ㆍ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이렇게 살벌ㆍ씁쓸한 시대에는 주머니 속의 돈과 또 다른 화폐에 진배없는
'개인(신용)정보'를 지키는 것이 곧 재테크다.


날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발전하는 교묘한 사기의 세계와 그 대응 요령을 공개한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서모씨. 2008년 3월쯤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젊은 여성 텔레마케터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축하합니다. 10년 콘도 이용권에 당첨됐습니다. 98만5000원만 지불하시면,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 어느 곳의 콘도라도 해마다 15일씩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결제는 신용카드로 하시면 되고요
10개월 할부도 가능합니다."


가족들에게 앞으로 10년간 꿈같은 휴가를 보장하는데 100만원쯤 아깝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찌 보면 남는 장사 같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 안 가서 불거졌다. 여름휴가 계획을 짜기 위해 콘도 회원권을 판매한 직원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콘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생돈 1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것이다.


얼마나 순진하면 전화 한통에 속아 넘어갈 수 있냐고? 얼마나 조심성이 없으면
 '10년간 공짜'라는 말 한마디에 적은 돈도 아닌 '100만원'을 덜컥 결제하느냐고?


그러나 쉽게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점점 교묘해지는 그들의 수완에, 세상을 알만큼 안다고 자부하는
 직장인들도 '언제든'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게 바로 이 같은 '당첨상술'로 인한 사기성 피해다.


◆영어교재- > 할인권- > 콘도 회원권, '당첨상술'도 진화한다

지난 5월22일 소비자보호원에서 발표한 '2008년도 및 지난 10년간 소비자상담 피해구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이와 비슷한 '당첨상술' 사기성 피해 신고 건수가 무려 1931건에 달한다.
이중 콘도회원권이나 할인회원권 등 회원권과 관련된 접수는 313건으로 전년도 26건과 비교해
1년새 무려 12배로 피해사례가 불어났다.


10년째 소비자보호원에서 이와 비슷한 사기성 피해구제를 맡고 있는 구경태 피해구제본부팀 과장.
그는 "요즘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한두건씩은 콘도회원권 피해 민원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한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기까지 1~2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부터 크게 유행한
콘도회원권 사기성 피해가 올해까지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구 과장은 "속임수의 기본적인 방법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포장이 달라지고 콘텐츠가 달라져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순진한 대학생들을 영어교재를 신청하라며 꼬드긴 뒤 계약기간이 자동연장 됐다며 미납금을 요구하거나,
해지 신청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잖아요. 다만 요즘엔 영어교재와 같은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에서 여행상품권이나 콘도회원권과 같은 '서비스 품목'으로 내용물이 바뀌었을 뿐이죠."


구 과장에 따르면 요즘엔 이 서비스 품목 또한 세분화,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할인회원권 피해가 정말 많았습니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소비자들에게 '할인 원권 피해 주의 경보'를 띄웠을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할인회원권을 구입하면
상조 서비스, 장례 서비스, 결혼 서비스'까지 다 해준다는 식이었죠. 그런데 요즘엔 여행상품권에서부터
결혼 서비스, 골프할인권까지 너무나 다양합니다. 서비스란 게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니
소비자들로선 더 속기 쉬운거죠."


◆한번 걸려들면 피해구제 어려워

이런 사기에서 가장 곤란한 경우는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조차 모를 때다.
구 과장이 차분하게 부연 설명을 한다.


소비자가 A라는 회사로부터 '콘도회원권'을 구매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물론 A사는 실제로 콘도를 소유하고 있는
콘도회사가 아니다. 단순히 여러 콘도와 제휴를 맺으며
'콘도회원권'을 유통하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소비자는 A사로부터 한두번 콘도 사용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어쨌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소비자는 처음 예상만큼 필요가 없어져 서비스를 해지하길 원한다.
하지만 해약의사를 나타낸 순간부터 A사는 묵묵부답,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다.


소비자는 이때서야 '무언가 일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부랴부랴 신용카드 결제 영수증을 찾는다. 그런데
아뿔싸. 영수증에는 피해자가 계약을 맺은 A사가 아닌, 전혀 듣도 보도 못한 B사의 이름이 떡 하니 적혀있다.


이때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A사와, B사 누구에게 '내 돈을 되돌려 달라'고 해야 하는 지조차 헷갈린다.
B사는 애초에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집요한 추적 끝에 A사를 어렵게 찾아낸다 하더라도
돌아오는 답은 빤하다. "돈 받은 적이 없는데 사기는 무슨 사기. 우리도 B사한테 당한 피해자인데 억울하다."


구 과장은 "우선 피해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관련된 모든 회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비자보호원 등
전문기관에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이은 그의 대답이 씁쓸하다.
대부분은 이미 회사측에서도 피해 나갈 길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돈을 되찾을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안 당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셈이다.


◆ "처음부터 대화 시작 안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책"

구 과장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피해를 당한 분들 중에는 유독 중년 아저씨들이 많다"고 운을 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도 '모르고' 당하는 게 아닙니다. 이게 사기성 전화라는 걸 알면서도 일단 목소리 예쁜 여직원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거니 재미삼아 한두마디 주고받는 거죠. 그런데 이게 시작입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꼬드김에 넘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나중에 후회하고 해지를 요구해도 그땐 이미 늦습니다."


구 과장은 "전화가 걸려오면 애초에 첫 마디조차 하지 않고 바로 끊어버리라"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 같은 경우 워낙 믿을 만한 조건들로 포장해 놓기 때문에 대화를 시작하면 '무조건' 걸려 들 게
마련이라는 경고다. 무성의 하게 '네, 네'하며 대답하는 것도 위험하다. 예의상 한 대답이
바로 결제 승낙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 과장은 "텔레마케터들도 전화를 여러번 하다 보면 '감'이 생겨 한번 여지를 보인
사람들에겐 끈질기게 달라 붙는다"며 "처음부터 싹을 자르는 것이 가장 단순하지만
또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