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회 '무한리필'의 진실… 일본인도 안 먹는 '참치 살'
최고급 참치는 일본인이 먹고, 중저급은 한국인이 처리
참치로 알려진 다랑어는 고급 횟감 어종으로 태평양과 대서양 등 전 세계 해역에 고루 분포돼 있다. 식도락가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보니, 최상급 참다랑어는 한 마리에 수천만 원씩 거래되며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특히, 전 세계 어획량의 80% 이상을 일본인들이
소비할 만큼, 일본에서는 최고의 식재료로 손꼽힌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했던 다랑어가 국내에 부위별로 재수입돼 최고급 횟감으로
또는 '무한리필' 참치회로 유통되고 있다. 일본인들이 먹지 않는 참치 살을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와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의 차이 때문이지만,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 먹거리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상황이다.
◇ 참치의 비밀… 종류별·등급별 격차
다랑어는 크게 5종으로 분류된다. 가장 크고 검푸른 빛이 도는 참다랑어가 으뜸이고, 큰 눈이 특징인 눈다랑어도 고급 참치에 속한다.
옆 지느러미가 긴 날개다랑어와 노란색 지느러미의 황다랑어, 작지만 가장 많이 잡히는 가다랑어 등은 통조림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다랑어는 회로 먹을 수 있는 부위가 몸 전체의 60% 정도다. 머릿살과 아가미 바로 뒤쪽의 가마살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뱃살과 등살은 고소하고 기름진 게 특징이다. 특히, 대뱃살과 중뱃살, 등지살은 일본에서도 최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고급 부위로 비싼 값에 팔리는 머릿살과 목살, 일부 뱃살의 경우 일본에서는 찬밥신세다.
◇ 국내 다랑어 어획량의 60% 수출…최고급은 전량 일본으로
해양수산부와 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원양어선이 잡은 참치는 27만6천여 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87%인 24만 톤은 통조림용으로 소비되고, 횟감용은 전체의 13%인 3만6천여 톤에 불과하다. 횟감용 참치 가운데
55%인 2만여 톤은 일본에, 5%는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되고, 국내에 들어오는 횟감용 참치는 어획량의 40%인 1만5천여 톤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최고급 어종인 참다랑어는 거의 100% 일본에 수출되고, 눈다랑어도 70% 정도가 외국에 수출돼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연간 5천여톤 수준이다.
◇ 최고급은 일본인이 먹는데… 중저급도 한국에서 '최고급 둔갑'
국내에서도 참치 회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소비량이 급증하는 추세다.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횟감용 참치는
지난 2004년 2만여 톤에서 지난 2013년에는 4만여 톤으로 10년 만에 2배가 늘었다. 우리 원양어선이 국내에 공급한
횟감용 참치 1만5천여 톤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나머지 2만5천여 톤은 수입했다는 얘기다.
잡은 참치의 60%를 수출하면서, 이로 인해 모자라는 참치는 수입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참다랑어와 눈다랑어 등 최상급 참치는 수출하고, 국내에서 소비되는 횟감용 참치는 태국, 인도네시아, 심지어 일본에서
중·저급의 참치와 참치 살을 역수입해 공급하는 구조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3년 일본에 수출한 참치는 참다랑어 1천여 톤과 눈다랑어 8천여 톤 등 모두 2만여 톤에 이른다.
그런데 같은 해에 일본에서 수입한 참치도 1,300여 톤에 달했다. 참다랑어 62톤과 눈다랑어 328톤이 포함됐다.
일본에서 수입된 참치는 머릿살과 꼬리살, 뱃살, 목살 등 부위별로 들어와 주로 고급 횟집 등을 통해 유통됐다.
일본이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잡은 참다랑어와 눈다랑어를 통째로 수입해서 등살과 대뱃살 등 최고급 부위를 소비하고
나머지 부위는 우리나라에 되파는 형태다. 어찌 보면, 일본인들이 먹지 않는 참치 살이 국내에서는 최고급 횟감으로
둔갑돼 우리의 먹거리 자존심이 일부 상하는 대목이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참치 뱃살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나 모두 인기가 있지만, 머릿살과 꼬리살 등은 일본인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에서 참치를 역수입할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참치, '무한리필'의 진실…참치캔용 황다랑어 횟집 유통
최근 국내 참치 시장에서 '무한리필'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그 비싼 참치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참치 '무한리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품질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내 원양어선이 잡는 참치 가운데 88%는
가다랑어와 황다랑어로 가다랑어의 경우 주로 통조림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황다랑어의 경우도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대부분이 통조림용로 쓰이지만 우리나라와 필리핀 등에서는 중상급의 횟감용으로 유통된다.
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어획한 황다랑어 4만4천 톤 가운데 1만7천톤이 국내에 유입돼 이 중 1만톤 이상이 횟감용으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황다랑어와 등급외 판정을 받은 참다랑어와 눈다랑어 등
2만톤 정도가 저가에 수입돼 국내 시장에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참치의 경우 어종과 부위별로 워낙 품질의 차이가 심하다 보니,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며 "중·저급의 참치는
얼마든지 무제한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참치 살은 전문가들조차도 어종 구분을 하기가 어려워
소비자들 입장에 무한리필 참치와 최고급 참치가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과 맛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nocutnews.co.kr/news/4381224 <===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