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진드기’ 공포 확산… 안물리는 게 상책
속칭 '살인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공포가
다른 진드기 매개 질병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야외 나들이가 많은
봄철부터 가을철 사이 유행하는 진드기 매개 질병은 비단 SFTS뿐만이 아니다.
SFTS 외에 라임병, 큐(Q)열, 옴, 야토병, 쓰쓰가무시병 등도 있다.
이 병들은 대개 치사율이 높고 예방백신도 없다. 따라서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야생동물과 가축에 기생하던 유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사람에게 옮겨 숙주 역할을 하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가 홈페이지(www.cdc.go.kr)를 통해 공개하는
감염병 감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SFTS 유사 진드기 매개 질병에 대해 알아본다.
◇라임병=지난해 여름 첫 환자가 발생한 법정 전염병이다. 역학조사 결과 이 환자는
강원도 화천에서 등산을 하다가 참진드기가 옮기는 '스피로헤타 보렐리아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라임병은 오렌지 종인 라임(lime)과 무관하다. 병명은 최초로 이 병이 발견된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도시 올드라임에서 따온 것이다. 병원체 스피로헤타 보렐리아균은
매독을 유발하는 '스피로헤타 팔리다균'과 같은 종이다.
사슴이나 작은 설치류(쥐나 다람쥐)의 몸에 붙어 있던 참진드기가 사람에게 옮겨 붙어 피부를
물면서 전파된다. 날씨가 더워져 옷차림이 가벼워지기 시작하는 5∼7월 초여름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참진드기에 물리면 약 일주일 뒤 빨갛고 둥근 발진이 생긴다. 이 발진은 점점 주위로
번지면서 안쪽 부분이 하얗게 보이고 중심부엔 물린 자리가 남아 마치 화살 과녁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보통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쪽에 잘 생기므로 옷을 벗고 관찰해야 눈에 띈다.
쓰쓰가무시병 때도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둥근 발진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큰 딱지(가피)가 생기는 게 다른 점이다.
특정 항생제를 2∼3주간 사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독시사이클린제제는 라임병뿐 아니라
또 다른 진드기 매개 질병 쓰쓰가무시병 치료에도 잘 듣는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최성호 교수는
"진드기에 물린 뒤 72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복용하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전염병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큐(Q)열=SFTS와 마찬가지로 참진드기가 숙주 역할을 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큐열은 가축 중 특히 소가 매개체가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참진드기에 물린 소의 날고기뿐
아니라 젖소에서 갓 짜낸 생우유를 먹고 세균 등 병원체에 감염되는 식이다.
계절적으로 양을 비롯한 가축들이 새끼를 낳는 3∼6월에 많이 발생한다. 고위험군은 농축산업 종사사와
도축업 관계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강원도 내 목축업과 도축업 종사자 97명을 대상으로
큐열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8.5%인 9명이 항체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목축업과 도축장 종사자 10명 중 1명이 큐열 감염 경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감염 시 증상은 2∼3주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감기 유사 증상이다.
고열이나 두통, 불쾌감, 혼수, 근육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큐열을 일으키는 세균과 박테리아 등은 62℃ 이상 온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하면 전염력을 잃는다.
따라서 소고기는 날로 먹지 말고,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우유 역시 생우유의 경우 끓여 먹도록 하되, 가급적 멸균 우유를 사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쓰쓰가무시병=가을철에 발생하는 급성 열성질환이다. 고열, 두통과 함께 0.5∼1㎝ 크기의
반점 모양 발진 중심부에 검은 딱지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진단이 늦어져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쇼크, 호흡부진, 신부전, 의식저하 등을 합병해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원인 병원체는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라는 균으로 '털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 진드기는 쥐, 들쥐, 생쥐 등 들판과 숲에 서식하는 설치류의 몸에 기생하고 있다가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붙어 병을 옮긴다.
연중 발생할 수 있지만 90% 이상이 늦가을인 10월과 11월에 주로 발생한다.
밭농사를 하는 농부나 야외 활동이 잦은 업종 종사자에게서 흔하다.
털진드기에 물리면 처음엔 오한, 발열, 두통 등과 같이 감기에 걸린 듯한 증상을 보이다가
발병 5∼8일째부터 몸통에서 사지로 퍼지며 생기는 직경 1㎝ 정도의 붉은 색 피부 반점 중심부에
수포(물집)가 형성된다. 그 뒤 이 수포가 터진 자리 피부는 딱딱한 가피로 바뀌어
발병 초기 쓰쓰가무시병 진단에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대처하는 대증요법으로 이뤄진다.
치료를 하면 대개 48시간 내에 오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가라앉는다.
◇예방법=진드기 매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아직 없다. 따라서 진드기가 옮기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진드기에 안 물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진드기 매개 질병 유행 시기인 5∼9월에는 설치류가 많이 서식하는 관목 숲이나
들판에 나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나들이 때 불가피하게 진드기 유행 우려 지역을 통과해야 할 경우엔
긴소매의 옷과 바지를 입고 발목을 가리는 신발을 착용하는 등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나무나 풀과 접촉해야 한다면 장갑을 끼는 것도 좋다.
또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의 옷이 도움이 된다. 진드기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지만,
밝은 색 옷 위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색인 진드기가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바지 끝, 소매 끝, 허리 띠 부위에 곤충 퇴치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들판 등 야외 활동을 한 후엔 바로 샤워를 하고, 그날 입었던 옷을 탈탈 턴 뒤 깨끗이 세탁해 둔다.
물론 진드기에 물린 듯한 자국이 피부에 있을 때는 즉시 병원을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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