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 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 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반응형
'내 마음의 풍경 > 사진과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부가 그리운 날 (0) | 2022.12.29 |
---|---|
노을 - 조병화 (0) | 2022.12.27 |
신경숙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 (0) | 2020.08.24 |
놀 - 이외수 (0) | 2020.08.12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0) | 2020.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