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흥에서 금성대군 단과 향교를 보고 이른 저녁을 먹고.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부석사 주차장.
절까지는 가파른 언덕길과 경사가 급한 계단길로 이어져 숨 가쁘게 걸었어도 해가 산 뒤로 얼굴을 보일 듯 말 듯
내밀고 있었다.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바라보니 끝없이 이어진 첩첩 소백 연봉이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절집에도 사람들도 붉은빛에 물들어 아름답다.
어느 순간 둥~ㅇ 하는 북소리.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기가 조심스러워 절 집 옆길로 내달았다.
방송국에서 촬영 나온 팀에게 누가 될까 봐 안양루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스님의 북 치는 모습을 찍었다.
소리는 뒷전이고 우왕좌왕. 어느 님의 여유로운 모습을 부러워한 것도 잠깐.
또다시 욕심에 부지런히 손과 발을 혹사시킨다. 이넘의 애인(카메라)을 버릴 수도 없고,.... ㅎ
"....... 아침에 28번의 종을 치는 것은 수미산을 중심으로 ‘수직적 28천’의 하늘에 각각 종이 울려 퍼짐을 기원하는 것이요,
저녁에 33번의 종을 치는 것은 도리천을 중심으로 ‘수평적 33천’의 하늘에 종소리 골고루 울려 퍼지게 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 법고·범종·목어·운판의 사물(四物). 조석예불에 그 소리를 낸다.
(법고는 축생, 목어는 물고기, 운판은 새 종류, 범종은 지옥 중생. 모든 만물이 이 소리를 듣고 연기에 따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라고 인도한다고 한다.)
연전(2010년)에 지리산 화엄사 템플스테이 저녁 예불에 훨 못 미치는 부석사 예불이었다.
아침 예불은 28번. 저녁 예불은 33번을 울린다는 범종 소리가 화엄사 예불보다 왜 짧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혹 내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일까~?
느리고 힘차게 법고를 치는 엄숙함에 압도 당했던 순간과 소리를 떠 올리며 잔잔한 울림을 기대하고 상상했는데 …….
▼ 범(梵)이란 우주 만물이며 진리란 뜻으로 바로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이 범종이다.
따라서 범종은 그것의 장엄하고 청명한 소리를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주며
그들의 마음을 깨끗이 참회토록 하는 신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나아가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구제받을 수 있어 다시 극락으로 갈 수 있다는 심오한 뜻도 담겨 있다.
두~~둥~♪ 뎅~~~~~ 데~~ㅇ~♬
정말 저 멀리 소백 연봉을 돌아 도리천까지 닿아 나락에 빠진 모든 중생의 마음이 구제받았을까.
◆ 여·행·수·첩 부석사 홈페이지 http://www.pusok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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