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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들판에서 눈보라를 만나 눈보라를 보내네

시외버스 가듯 가는 눈보라

한편의 이야기 같은 눈보라

이 넓이여, 펼친 넓이여

누군가의 가슴속 같은 넓이여

헝클어진 사람이 가네

그보다 더 고독한 사람이 가네

그보다 더 기다리는 사람이 가네

눈사람이 가네

눈보라 뒤에 눈보라가 가네

 

-문태준 (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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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 이외수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띄우고

복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뼈 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 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다 한 말들이 남아 있어

더러는 저녁 강에 잘디잔 물 비늘로

되살아나서

안타까이 그대 이름 불러도

알지 못하리

걸음마다 이별이 기다리고

이별 끝에 저 하늘도 놀이 지나니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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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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