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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 정호승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다 끝난 뒤에도 끝난 줄을 모른다.

창밖에 내리던 누더기 눈도

내리다 지치면 숨을 죽이고

새들도 지치면 돌아갈 줄 아는데

사람들은 누더기가 되어서도 돌아갈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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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세 가지 걸음 - 김재진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승자는 패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고,

패자는 승자보다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고 말한다.

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고 패자의 하루는 23시간밖에 안 된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듯이

폭염이 내리쬐다가 또 비가 쏟아지고,

다시 폭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온다.

절정에 가면 모든 것은 내리막길을 가기 마련이다.

느리게, 그리고 주저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지만

미래는 현재가 되는 순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가 버린다.

하루하루는 지루한데 일주일은 금방 흩어지고,

한 달이나 일 년은 쏜살같이 날아가고 없다.

우리 만난 지가 언제였더라 하며 악수하다 보면 못 본 지 10년.

강산도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해 한때의 친구가 서먹서먹한 타인이 되어 있다.

승자는 시간을 관리하며 살고, 패자는 시간에 끌려가며 산다는데

인생에서 패자로 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인생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우린 그저 무엇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며 그 경험이 다할 때 세상을 떠날 뿐이다.

적지 않은 경험을 했지만

아직도 다 하지 못한 어떤 경험이 내 인생에 남아 있을까?

다가오는 미래를 다 알 수야 없지만

참으로 중요한 것은, 시간에 끌려다니며 살지 말고

시간을 부리면서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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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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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 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약력 : 1954년 광주 출생.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와온바다’ 등 출간. 동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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