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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문향란

나 그대를 사랑하려 합니다.
그대의 낯설지 않은 미소와 눈웃음을 기억하며
그 모든 것이 내 곁을 떠나간다 해도
영원을 약속하렵니다.

그대에게 건네지도 못하는 사랑
나 그대 앞에 나설 용기가 없습니다.

그대에게 내가 누구인지도
애써 밝히지 않으렵니다.

그저 소중히 내 마음의 일기장을 넘기며
오늘 또 한 페이지 그대 모습 그리렵니다.
 

- 시인,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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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사진기 - 신경림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

현상해 보면 늘 바라던 것만이 나와 있어 나는 안심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인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을 찍어주는 고장 난 사진기였음을

한동안 당황하고 주저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기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닌다

고장 난 사진기여서 오히려 안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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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박경리

 

흐르다 멈춘 뭉게구름

올려다보는 어느 강가의 갈대밭

작은 배 한 척 매어 있고 명상하는 백로

그림같이 오로지 고요하다

 

어디서 일까 그것은 어디서 일까

홀연히 불어오는 바람

낱낱이 몸짓하기 시작한다

차디찬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뚫고 지나가는 찬바람은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존재의 고적함을 통고한다

 

아아

어느 始原(시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 박경리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中- 지은이 / 박경리- 펴낸 곳 / 마로니에북스

- 펴낸 때 / 2008년 6월​박 경 리- 1926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출생. 수도여자사범대학 가정과 졸업.

- 1956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소설).- 소설로 『애가』,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토지』 등이 있음.

-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이 있음.

-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예술상, 금관문화훈장 수상.- 2008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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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 김진학

 

몰래 움튼 개나리 새싹 아래

잠들어 가는 그리도 모진 겨울과

어딘지 모를 곳에서 온 보이지 않는

어느 그리움만 잠 깨어 쉬는 긴긴밤과

창 하나에 가려둔 아직도 영하를 맴도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온도와

빈 몸으로 여기로 온 시간부터

수없이 숨져간 날들이

행복했던 일보다 쓸쓸했던 날들이

만나서 기뻤던 날보다

보내서 아프던 날들이

더 익숙해진 삶으로 하여

차가운 바람 끝에 서서

떠나는 겨울을 보는 일

 

얼굴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보내며

솜처럼 따사로운 햇살 기다리며

그리도 모진 바람 아래 움튼

개나리 노란 꽃을 기다리는 일

#봄 #김진학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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