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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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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 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약력 : 1954년 광주 출생.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와온바다’ 등 출간. 동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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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문향란

나 그대를 사랑하려 합니다.
그대의 낯설지 않은 미소와 눈웃음을 기억하며
그 모든 것이 내 곁을 떠나간다 해도
영원을 약속하렵니다.

그대에게 건네지도 못하는 사랑
나 그대 앞에 나설 용기가 없습니다.

그대에게 내가 누구인지도
애써 밝히지 않으렵니다.

그저 소중히 내 마음의 일기장을 넘기며
오늘 또 한 페이지 그대 모습 그리렵니다.
 

- 시인,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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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사진기 - 신경림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

현상해 보면 늘 바라던 것만이 나와 있어 나는 안심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인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을 찍어주는 고장 난 사진기였음을

한동안 당황하고 주저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기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닌다

고장 난 사진기여서 오히려 안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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