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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가 그리운 날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 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째
먹 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詩.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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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 조병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피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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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리움 하나로 무장 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 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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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탓으로 내 곁에서 사라지게 했던 사람들.

한때 서로 살아가는 이유를 깊이 공유했으나 무엇 때문인가로

서로를 저버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관계의 죽음에 의한 아픔이나 상실로 인해
사람은 외로워지고 쓸쓸해지고 황폐해지는 것은 아닌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신뢰,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둘만 있어도
살아가는 일은 덜 막막하고 덜 불안할 것이다.

마음 평화롭게 살아가는 힘은 서른이 되면 혹은 마흔이 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내 아픔과 기쁨을 자기 아픔과 기쁨처럼 생각해주고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도 들어주며 있는 듯 없는 듯, 늘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

그것이 온전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난날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주었을 것이다.

결국 이별할 수 밖에 없는 관계였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시의 한 구절 처럼 우리가 자주 만난 날들은 맑은 무지개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게 이별했을 것이다.

진작,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신경숙 ‘인연은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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