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의 땅 비냘레스(Vinales) 인디오 동굴(Cueva del Indio)을 보고
프레히스토리아(Mural de la Prehistoria) 벽화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한 번 벽화를 보고 담배 농장으로 가다. 둥근 산과 나지막한 언덕이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담배 농장과
전통적인 건조실이 많이 보인다. 비날레스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과 땅들이 많고 기후는 담배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이곳의 담뱃잎으로 만든 담배는 쿠바 시가 중에서도 최상품이라고, 농지 중에 개인 소유의 땅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국영농장이거나
땅을 임대해 임금을 분배하는 형태의 농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보이오"라고 불리는 오두막같이 생긴 건조실에서는
담배 밭에서 따온 담뱃잎을 걸대에 걸어 말리고 있었다. 그 곳 농부는 담뱃잎을 펼치더니 돌돌 둥글게 말아 잘라 시가로 만들어 보인다.
일행 중 한 분이 불을 붙여 피워 본다. 쿠바 시가는 생각보다 비싼데 나중에 아바나 호세 마르티 공항 면세점에서 몇 개 사 왔다.
‘시가(Cigar)’는‘여송연’, ‘엽궐련’의 뜻을 가진 ‘시가로(Cigarro)’에서, 시가로는 ‘돌돌 만 담뱃잎을 피우다’란 의미의
마야 어 ‘시카(Sicar)’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Cigar’란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때는 1730년대 이후로 알려졌다.
시가를 유럽에 소개한 이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였다. 1492년 항해에서 콜럼버스의 동료 선원 두 사람은 서인도 제도의 섬
이스파니올라(Hispaniola)에서 처음 접하게 된다. 원주민들이 독특한 향을 내는 마른 잎을 선물로 준 것이었다.
당시 담배는 카리브 해의 섬 주민들이 널리 피우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의 아라와크(Arawak) 부족은 담배 피우는 행위를
‘코이바(Cohiba)’라고 불렀다. 현재 쿠바의 최고급 시가 브랜드 중 하나인 ‘코이바’는 이 말에서 차용한 것이다.
콜럼버스와 동료 선원들은 이어 그들이 상륙한 쿠바에서도 담배를 만났다. 그들은 쿠바인들이 야자 잎, 바나나 잎 등과
담뱃잎을 함께 만, 현재의 시가 모양과 비슷한 것을 피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스페인 등 유럽 선원들 사이에는 둘둘 만 담뱃잎을 피우는 취미가 생겨났다. 시가는 스페인을 비롯해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으로 전파됐다. 프랑스에 흡연을 유행시킨 이는 포르투갈 주재 프랑스 대사였던 장 니코(Jean Nicot, 1530~1600)였다.
이제는 혐오의 대상이 된 ‘니코틴(Nicotine)’이 바로 장 니코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쿠바의 시가를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 남성의 로망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킨 인물들이 있다.
영국 전 총리 윈스턴 처칠,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를 꼽을 수 있다.
터키 출신 세계적 인물사진 작가 카쉬(Yousuf karsh)가 찍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시가를 질겅이며 사색하거나
무언가를 끄적이는 모습으로 고뇌에 가득 찬 지성의 아이콘처럼 보여준다. 그는 언제나 시가를 입에 물고 있을 만큼 열렬한 애호가였다.
▼평생 천식으로 고통 받았던 체 게바라였지만
‘시가는 고독한 혁명의 길에 가장 훌륭한 동반자다.’라고 했을 만큼 시가의 애호가였다.
▼관타나메라 - 벽화가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담배 농장으로 가면서
▼담배 농장 앞
▼담배 건조실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조금 다르다.
▼담배꽃 - 어린 시절 농촌에서 봐 그런지 정겹다.
▼건조실 보이오는 야자수 잎으로 만들었다.
▼야자수 잎으로 만든 건조실 안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건조 중인 담뱃잎으로 가득하다.
▼잎들이 붉은 황색으로 변할 때까지 60일가량 서늘한 오두막에서 건조시킨다. 말린 잎은 향과 맛에 따라 나뉘고,
꿀과 술 외에 여러 향료와 함께 궤짝에 재 놓는다. 적절한 기간이 지나 숙성시킨 잎을 다시 음지에서 말린다.
그 잎들을 잘라 용도와 기호에 알맞게 촘촘히 말면 시가가 완성되는 것이다.
▼시가는 너무 촘촘히 말아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하게 말아도 안 된다. 쿠바 시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결은,
가장 적절한 기후와 더불어 시가를 직접 손으로 마는 장인들 ‘토르세도레스(torcedores)’ 덕분이다.
▼담배 농장집 아이들
▼농장주 주택.
▼쿠바에서 어느 집이든 앞에 흔들의자가 놓여 있었다.
▼부겐베리아 꽃이 이쁘기도 하다.